죽음이 아닌 의미없는 삶을 두려워하라.
2024년 4월 1일 4년 동안 근무했던 첫 회사를 나왔다. 데이터 분석가로 입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획과 관리 업무의 비중이 커지고, 데이터 분석과 멀어졌다. 데이터를 참고하기는 했지만 데이터를 집요하게 확인하면서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이에 데이터를 먼저 보고, 데이터를 집요하게 분석하는 문화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었다. 결국 익숙한 장소, 업무, 동료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곳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했다.
영화에 나오는 임규남(이제훈)의 '탈주'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했던 결정을 다시 돌아보았다.
나는 정말 데이터 분석 실무를 위해 퇴사했는가? 일을 쉬고 싶어서 도망간 것은 아닌가?
영화 중 리현상(구교환)은 자신의 부하에게 말한다. "현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라." 영화를 재미로 보고 분석적으로 보지는 않기 때문에 영화에서 이 말을 어떤 의미로 전달하려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내가 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메시지로 와닿았다.
아직 이직을 하는 과정 중에 있어서 부모님은 언제 일을 할지 걱정하신다. 그때마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 말씀은 드리지만 결국 보이는 것은 결과이니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달려보자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영화의 막바지에 나온 "죽음이 아닌 의미없는 삶을 두려워하라."는 메시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자 했던 대학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오르게 만드는 메시지였다.
대학 시절에는 후배들이 자신에게 맞는, 하고싶은 직무를 찾을 수 있도록 활동하는 동아리를 운영했고, 졸업 전에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박람회의 스탭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첫 직장도 '학군지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최고의 영어교육을 제공한다.'는 비전에 동참하고 싶어서 합류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랬던 나의 모습은 희미해지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거나 합리화하는 모습이 남았다는 것을 느꼈다.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임규남의 모습을 바라보는 리현상이 지금의 나처럼 보였다. 순간 나에게 저런 열정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고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서있는 나의 등을 밀어주는 기분이었다. (과거의 리현상이 임규남에게 남긴 메시지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요즘 일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킬링 타임을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예매한 영화였는데, 오히려 나에게 더 큰 힐링이 되었다. 영화 마지막에 창업대출 최종 합격 문자를 봤을 때는 창업을 도전했던 기억이 나면서 "사실 창업 독려 영화인가?"라는 생각에 피식 웃기도 했다.
나는 데이터를 집요하게 확인하는 문화에서 일하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활용해 일하고 싶어서 퇴사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고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직접 고객의 행동 패턴을 확인하고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이직을 한다고 원했던 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방에 성공하면 좋겠지. 하지만 마음껏 실패해보자!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20대의 나는 실패해도 멈추지 않았지 않은가. 다시 시작이다. 불필요한 생각은 내려놓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던 그 시절의 나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향해 도전하자.